2003년 12월 13일
2. 난(Ran)
애니깽 포스터 드로잉
멕시코 농장에 노예로 팔려간 한인들
멕시코 애니깽 농장
감독: 아키라 구로자와
투자유치 기다리다 지쳐 그린 수작
산타 모니카 램리 극장 로비에 커다랗게 난(Ran)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곳은 예술 전용관으로 외국영화들을 많이 상영하기 때문에 동양 영화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이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은 낯설지 않다.
동양인 감독의 거장인 구로자와 감독은 미국의 기라성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들에게 비주얼면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라쇼문', '7의 사무라이', '드림' 등의 명작들이 바로 그렇다.
그중 특히 '난' 이란 영화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이 영화의 스토리보드 일러스트가 담긴 책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9년전 필자가 미국으로 유학 오기전에 충무로 영화판에서 잠시 스토리 보드 아티스트로 일한 적이 있는데, 김호선(작품: 겨울여자, 서울 무지개 등) 감독이 '애니깽'을 준비할 때였다.
난 홍대 미대를 막 졸업하고 유학전에 충무로의 경험을 쌓고 싶어서 연출부에서 '애니깽'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그때 김호선 감독이 샘플로 보여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 책은 구로자와 감독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다. 유화로 그린 강한 붓 터치와 강렬한 색감, 아직까지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작업은 '난' 영화 투자의 지연으로 기다림에 지쳐 그 기간에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필자도 투자 문제 때문에 영화가 지연될 때가 제일 고통스럽다. 그러니 그러한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기다림에 지친 스트레스를 이 그림들을 통해 풀지 않았을까. 꿈틀거리는 율동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영화 전반 작업중의 하나지만 이건 촬영을 위한 것이기 보다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그리고 각고끝에 '난'이 완성 되었다.
영화자체만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배경에 깔린 것들을 볼 때도 상당히 흥미롭다.
필자는 '애기깽' 멕시코 현지로케 촬영에 동참하지 않고 뉴욕으로 영화연출을 공부하러 떠났다. 그때가 1994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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