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7일
32. 트로이(Troy, 2004)
감독: 볼프강 피터슨
영웅을 움직이는 건 여자
‘트로이’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호머의 일리아드(Homer’s Illiad)를 원작으로 트로이 전쟁의 발발과 결말의 긴 역사를 며칠로 압축시킨 서사극 영화다.
이 영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여자였다. 트로이와 그리스의 평화교섭을 위해 그리스에 초대된 트로이의 두 왕자, 트로이의 둘째 왕자(올란도 볼룸)가 스파르타 왕비 헬렌(다이에나 크루거)과 눈이 맞아 트로이로 달아난다. 그에 분개한 스파르타 메넬레스 왕은 그리스와 협공하여 트로이를 공격한다. 그들의 사랑은 수만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트로이의 멸망을 초래한다. 그만큼 헬렌은 마력을 가진 여자로 트로이의 목마라는 전설을 남긴다.
트로이의 첫번째 왕자이자 용장인 헥터 왕자(에릭 바나)를 움직였던건 바로 헥터의 부인이다. 갓난아이를 안고 항상 헥터의 안전을 간구한다. 마력적인 미모의 헬렌과는 대조적으로 자상한 모성애의 상징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용장 비운의 주인공 아킬레스(브레드 피트) 역시 포로로 잡힌 트로이의 왕가 브리시스(로즈 바이언)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미모와 나약함에 강한 영웅 아킬레스는 쉽게 감정이 무너진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까지.
헥터왕자와 아킬레스의 비극적인 숙명적 대결. 영웅끼리 죽음을 걸고 싸울 때, 그들의 생사를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그 영웅의 여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필자는 싸움보다 그 여인들의 애절한 표정에 더 시선이 간다.
여자때문에 영웅들이 흔들리고, 영웅의 진로에 따라 역사가 바뀐다. 세상를 다스리는 건 남자고, 남자를 다스리는 건 여자라고 했다.
‘트로이’와 쌍벽을 이루는 서사물 리틀리 스캇 감독의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 역시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를 사모하는 왕비, 그 때문에 코모두스 왕은 막시무스에 대한 질투로 그를 계속 죽이려고 한다. 존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에서 킹 아더, 기네비아 왕비와 기사 란스롯의 삼각관계도 비극적인 사랑이다. 멜깁슨 감독의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 1995) 역시 스코틀랜드 용장 윌리암(멜 깁슨)은 적군인 영국 공주 이사벨라(소피 마르소)와 숙명적인 사랑을 한다.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일 수록 더욱 강하다. 세익스 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그렇다.
필자가 본 영화중 영웅이 여자를 멋지게 사랑했던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주연한 하이랜더(Highlander, 1986)이다. 주인공 카너는 중세 하이렌더라는 특수한 부족의 피를 받고 때어난 영웅이라 시대가 지나도 절대 늙지 않는다. 카너는 중세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과 빠진다. 그러나 그 여인의 아름다움은 잠시뿐, 카너는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야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늙어 죽을 때까지 그 여자를 지키다가 그 여자의 장례를 치른 후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정한 영웅의 사랑이 아닌가. ‘트로이’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 아킬레스 처럼.
영웅이 남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예수의 조상이 된 용기있는 여인 다말,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 패트라, 그리스의 최고의 지성 아스파시아, 로마법의 구원자 테오도라, 대서양 시대를 연 전략가 엘리자베스, 여성해방운동의 선구자 월스톤크래프트, 이스라엘의 건국 영웅 골다 메이어, 그리고 현대 마거릿 대처까지 여걸들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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